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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사는 이야기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지난주 토요일 자동차 사고가 났다. 일방적으로 당한 사고라 어처구니가 없지만.

우리 나라 속담인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아파트 출입문 차단기 바로 앞에서 선행차가 뒤로 후진을 해서 그대로 들이 박은 상황이다.

몇번 뒤로 후진을 해서 경적을 울려 주기도 했지만 무시하고 그냥 뒤로 돌진.

운전을 하다가 보면 실수를 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조작하기 때문이다.

사람이니까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목과 같은 일은 그 뒤에 벌어진다. 

일단 부딪혔으면 와서 사과를 해야 하는게 아닐까?

아무리 경황이 없다고 하지만 일단 뒤에 운전자와 동승자가 있는 상황이면 와서 "죄송합니다. 괜찮으신가요?" 라고 시작해야 하는게 올 바른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그저 애꿎은 차단기를 탓하며 다른 지인에게 연락하는 운전자를 보며 처음이라 당황해서 저런가 보다 라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

지인들이 내려와서 하는 말이 "범퍼 도색하고 번호판 교체하면 되겠네. 사람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네."라고만 말하고 있다.

또, 다른 지인은 "젋은 사람이니까 이정도 충격은 괜찮아. 공업사에서 범퍼만 수리하면 되겠네."

또, 다른이는 "이웃끼리 뭐 이런 일로 경찰을 부르고 보험사를 부릅니까. 이웃 사촌인데 공업사에서 범퍼 수리해드릴께요." 라고 이야기 한다. 

또, 다른이들은 "이미 사고가 난 차 아니야? 저기 깨져 있던거 같은데" 등등 오로지 범퍼 수리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범퍼가 망가진건 사실이지만 그 보다는 더 앞서 해당 차량에 운전자와 동승자가 있다는 사실은 잊은걸까?

물건이 아닌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물건은 망가지면 새걸로 바꾸면 된다. 하지만 사람은 망가지면 새걸로 어떻게 바꿀수 있을까? 

아무리 사소한 사고라도 그 대상에 사람이 있다면 사과부터 해야하는게 아닐까?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을수 있는 순간을 그들은 그렇게 지나가게 하고 있었다.


경찰관이 도착해서 사건 접수를 마치고 보험 접수를 확인하니 접수 안했다는 말뿐. 

보험 접수를 하고는 "보험 접수 했으니 다 가자고 보험사가 알아서 할껀데 여기에 왜 있어."하는 말을 피해자가 옆에 있는데 한다는게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때까지도 죄송하다는 사과 한마디를 들을수 없었다.

상대방 보험사가 도착하기 전 느지막히 현장을 지나간 가해자의 지인의 딸로 보이는 분이 하는 말이 더 가관이다. 

"이정도는 그냥 보험사 불러 처리해. 그냥 살짝 부딪혔네. 나도 이런 경험 많은데 그냥 보험사 부르면 되." 이렇게 이야기 하는게.


욕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그들이 그런다고 나 역시 똑같히 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어느 순간 부터 난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물질이 아닌 사람이 우선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번에도 그런 나의 성향이 들어 나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실수는 할수 있다 내가 실수해서 타인의 물건을 망가트릴수 있다. 그건 실수니까 그러면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변상을 하면된다.

일단 죄송이라는 의사 표현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죄송하다는 말 대신에 변상금을 줄이기 위해 급급한 그들의 모습이 이내 씁쓸하기만 하다.


보험사에서 접수를 하고 처리가 완료되자 "미안해요" 라고 말하는 상대방 운전자의 말이 전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이미 내 마음은 저 멀리 가버렸으니까. 감정이 상할대로 다 상해 있으니까.


보험사를 불러서 처리하면 된다고 이야기 하니 보험처리를 요청해서 병원도 가고 범퍼도 수리해야겠다. 

도색한지도 유리막코딩을 한지도 얼마 안되었으니 그것도 변상 요구를 하고.

구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대차기간도 길어 질텐데 보험료 청구되는걸 보고도 사소하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운전을 한 아내가 손목과 어깨가 아프다고 한다. 병원을 가보라고 했는데 마음이 약한 아내가 갈지는 잘 모르겠다. 


말 한마디 때문에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곤란을 겪었던 적도 어려운 일도 쉽게 풀어간 적도 있었던 기억을 가진 나에게는 누군가에게 설명해줄 이야기 거리가 하나 생겼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 지고 있다고 위안을 삼아 본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하지만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